난연제: 화재 방지와 친환경 사이의 줄다리기
휴대폰 외장재부터 가정용 소파, 자동차 실내 인테리어, 건축용 코팅제까지, 난연제(Flame Retardants, FRs)는 현대 생활 곳곳에서 화재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들은 화재 방지에 기여하는 동시에 환경 및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영국 환경청(Environment Agency)은 《난연제 범위 검토 보고서(Flame Retardant Scoping Review)》를 발간하여, 영국 시장 내 난연제 사용 현황, 위해성 특성 및 규제 방향 등에 대해 심층 분석하였습니다.
본 문서는 해당 보고서의 핵심 내용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연제의 과학적 배경, 시장 동향, 그리고 화학 산업이 고려해야 할 시사점을 종합적으로 소개합니다.
난연제 기능 및 분류
난연제란 물질의 인화성을 물리적 또는 화학적 방식으로 낮추는 화학물질로, 플라스틱, 섬유, 도료, 접착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됩니다.
작용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연성 가스 희석
-
연소 온도 저하
-
탄화 보호층 형성
-
자유 라디칼 연소 반응 억제
난연제는 응용 방식에 따라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첨가형(Additive type): 소재에 물리적으로 혼합되며, 세탁이나 마찰로 인해 손실되기 쉬움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주로 사용)
-
반응형(Reacted type): 고분자 구조에 화학적으로 결합되며, 안정성이 높고 손실이 적음 (열경화성 플라스틱에 주로 사용)
-
고분자형(Polymeric type): 고분자 사슬 자체를 변형하여 난연성 기능을 부여함 (예: 브롬화 폴리스티렌 등, 상대적으로 드문 유형)
화학적 분류 기준으로는 6대 주요 분류와 한 가지 미분류 유기 난연제가 보고서에 언급되었습니다
-
무기계 (예: 수산화알루미늄)
-
브롬계 유기물질
-
염소계 유기물질
-
유기인계 (주로 인산에스터)
-
할로겐화 유기인계
-
질소계
-
미분류 유기 난연제 (예: 폴리올계)
시장 분석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988년 《가구 및 실내용 제품 화재 안전 규정 1988(Furniture and Furnishings (Fire) (Safety) Regulations 1988)》 등 엄격한 규제로 인해 난연제 수요가 높습니다. 연간 사용량은 약 8.2만~82.6만 톤으로 세계 시장의 약 2.6%~26%에 해당합니다.
-
무기계: 77% (연간 약 6.3만~63.6만 톤)
-
유기인계: 11%
-
브롬계/염소계 등 기타: 각각 4% 미만
난연제 유해성 및 환경 영향
보고서는 124종의 난연제에 대해 유해성 분석을 수행했으며, 이 중 약 38종(⅓)은 두 가지 이상의 유해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유해성
-
PBT/vPvB (잔류성·생물농축성·독성): 13종 (10%)
-
생태독성: 30종 (24%)
-
인체 유해성: 38종 (30%) – 저농도 노출에도 발암성, 생식독성, 장기 손상 유발
-
내분비계 교란성: 25종 (20%)
-
PMT/vPvM (잔류성·이동성·독성): 22종 (18%) – 환경 내 광범위한 노출 우려
특히 유기인계 난연제(TCEP, TCIPP 등)는 섬유 제조 과정에서 고농도 노출 발생 가능성이 크며, 영국 환경청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수계·토양·대기·식품·인체 등 다양한 매체에서 난연제가 검출되었습니다.
환경 중 검출 사례
-
수계: TCEP, TCIPP – 템스강 및 음용수에서 검출
-
토양: BDE-28, TMTP 등 – 담수 퇴적물 및 하천에서 검출
-
실내외 대기 및 먼지: TCEP, BDE-100 등
-
식품 및 생물계: BDE-28, TBB 등 – 영국 버밍엄에서 검출
영국 시장 내 난연제 활용 현황
이번 보고서에서는 124종 난연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 중 73종은 UK REACH 등록 물질, 51종은 DUIN(Downstream User Import Notification) 시스템을 통해 신고된 물질입니다. 주로 사용되는 산업군으로 플라스틱, 코팅제, 섬유, 실란트, 접착제 등이 있습니다.
영국은 타 지역 대비 무기계 난연제 비율(77 %)이 매우 높고, 이는 화재 안전 규제가 엄격하여 저위험 화학물질을 선호하는 시장 특성을 반영합니다.
글로벌 시장 비교
-
전 세계(2020년): 총 318만 톤 – 플라스틱 85%, 무기계 38%, 유기인계 18%
-
EU(2015년): 총 45.2만 톤 – 무기계 51%, 유기인계 18%
-
영국: 무기계 77% – 전 세계 대비 높은 비중
규제 동향: UK REACH 및 글로벌 협력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독립된 UK REACH 체계를 운영 중입니다. 보고서는 유해성, 노출 평가, 환경 영향도를 기준으로 우선 규제 대상 후보를 선별하였습니다.
주요 고위험성 후보 물질
-
TBBPA (CAS 79-94-7): EU REACH SVHC 등재, 내분비계 교란 및 PBT 특성 의심
-
TCIPP (CAS 13674-84-5): EU에서 아동용품 및 가구에서의 사용 제한 제안 중
-
TDCPP (CAS 13674-87-8): TCIPP와 유사한 염소화 유기인계로 동일한 규제 고려
-
염소파라핀 C14-17 (CAS 85535-85-9): EU SVHC 등재, UK POP 제안 대상
보고서 제언
-
데이터 보완: UK REACH 전환기(~2030년 10월)까지 산업계와 협력하여 데이터 확보
-
위해성 평가: 유기인계 등 고위험성 물질에 대한 정밀 노출 평가
-
환경 모니터링 강화: 수계, 대기, 식품, 생체 내 농도 정기 조사
-
국제 협력 확대: EU·UN 등과 공동 연구 및 정보 공유 강화
한국 화학 산업의 기회와 도전
한국은 전자, 건축, 섬유,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난연제를 폭넓게 사용하는 주요 생산·소비국입니다. 영국의 이번 보고서는 한국 기업에게 다음과 같은 5가지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친환경 기술 혁신
영국이 브롬계 난연제 등 고위험 물질을 규제하면서 무기계, 질소계, 저독성 대체물질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 한국 기업도 친환경 난연제 기술 개발에 투자 확대 필요. 예: 천연 유래 인산에스터, 실리콘계 난연제 등 저이동성·저독성 신제품 개발
규제 대응 역량 강화
한국의 《화학물질등록평가법(K-REACH)》 역시 난연제에 대한 등록과 위해성 평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기업은 UK REACH와 EU REACH 사례를 참고하여, 화학물질 물성·독성·용도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요구됩니다.
환경 노출 모니터링 체계 강화
영국은 난연제의 수계·토양·대기·식품·생체 내 노출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 한국 기업도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국내 환경 및 인체 노출 연구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책과 기업 전략 수립에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 기준 대응력 확보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스톡홀름 협약, EU/UK 규제, OECD 협약에 따라 고위험성 난연제 규제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 한국 기업은 관련 국제 기준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표준화 논의에 참여하여, 수출 제품의 규정 준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공급망 협력 강화
영국 보고서는 산업계와의 장기적인 협력과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한국 기업도 공급망 내 협력체계를 강화하여, 난연제 사용·대체 정보 공유 및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 등을 통해 규제 대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안전과 친환경의 공존을 향해
한국 화학 산업은 현재 친환경 전환과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은 기술 혁신과 선제적 규제 대응을 통해 저독성·고효율 난연제 기술을 도입하고 확산시켜야 합니다.
이제는 난연제의 녹색 전환에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현명한 전략이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여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Environment Agency (2025). Flame Retardant Scoping Review
문의하기
📞 +82-02-6245-1610